운 좋게도 저는 아이의 특별한 첫 순간들을 거의 놓치지 않고 함께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스스로 걸음을 시작하던 순간, 처음으로 안 돼~라는 말을 내뱉고는 본인도 놀랐는지 흥분해하던 순간,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가던 순간…
그중에서도 특히 저는 아이가 처음으로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를 타던 날의 묘한 감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붙잡아 줘야 해?”
“그래 아빠가 잡아줄 테니까 안심하고 타”
” 놓으면 안 돼?”
“안 놓는다니까”
그러다가 슬쩍 놓으면 비틀 대면서 쓰러지는 여느 아빠와 아이의 자전거 배우기와 다를 봐 없는 기억입니다만, 아직은 한참 더 뒤에서 붙잡아 줘야만 할 것 같았던 아이가 힘차게 페달을 밟아 스르륵 제 손을 떠날 때의 그 손끝에 남는 여운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렇게 성큼 성장하는구나 싶은.
지난 주말에 저희 아이는 또 한 번의 기념할 만한 첫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집 앞 왕복 10분 거리의 하나로마트에 엄마 아빠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온 것입니다.
예비 초등학생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입학 전 사전 안내에는 아이의 등교를 처음 한 번 정도만 도와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내용 있었습니다. 아직 집 앞 놀이터도 혼자 내보내지 않았던 우리 부부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제가 우리 아이 나이 때는 부모님이 장사하시는 가게가 유치원에서 걸어서 40분 거리였는데, 잘만 스스로 왔다 갔다 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차도 없고, 환경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유괴범죄는 그때가 더 많았을 겁니다. 그 당시에도 위험 요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또 다들 그렇게 성장했었죠.
그래서 가까운 곳은 아이가 혼자서 다닐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때가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전 작업으로 몇 번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정문 앞에서 집에 뭐 좀 가지고 와달라고 아이에게 부탁을 해봤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곧잘 집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줍니다. 그렇게 혼자 집을 찾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확인하고 이제나저제나 찬스를 옆 보던 중 주말에 아이가 간식을 사러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어때? 혼자 다녀와 볼래?”
지난번에도 한두 번 제안했지만 혼자서는 싫다고 거절했던 터라 별 기대 없이 물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막상 하겠다고 하니 정말 혼자 보내도 될까 걱정이 몰려오지만, 언제까지 품 안에 넣고 키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빠 전화번호 기억하니?”
“000-0000-0000”
“무슨 일 있으면 어른들한테 아빠 전화번호 이야기하고 전화해달라고 해”
“응”
“뭘 살 건데?”
“아이스크림, 쌍쌍바”
“좋아 다섯 개 사 와보자”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나 초 초해질 무렵 아이가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고 귀환합니다.
아이스크림 쇼핑에 성공하고 의기양양한 모습
아이는 이렇게 오늘 또 한 뼘 성장합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있는 동안 설거지를 하던 저는 끝내 평정심 유지에 실패하고 베란다로 나가 얼굴을 내빼고 ‘아이가 왜 안 오나 올 때가 됐는데’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그때 상황을 설명하고 제미나이한테 만화로 그려달라고 하니 아래와 같이 그려주네요. 남자 얼굴이 저보다 잘생기고 어려 보여서 썩 마음에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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