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는 구구단 할 줄 알아?”
아직 유치원 다니는 예비 초등학생 아이가 묻습니다.
“구구단을 모르고 어떻게 수학학원을해?” 라고 대답하고 멋쩍어 혼자 웃습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딱히 수학학원을 하는 것과도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000이는 구구단 3단까지 할 수 있대”
약간 부러운듯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도 3단을 알고 있느냐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구구단은 지금 외울 필요 없어”
아이에게 조금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유명한 일타 강사님 중에 현 아무개 선생님은 종종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시는 것 같습니다. 또 정 아무개 선생님은 수학은 개념을 이해하는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하시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여러분은 수학을 배운적이 없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이해와 암기는 동전에 앞뒷면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해를 하려고 애쓰다보면 암기가되고, 암기를 하다보면 이해가 안되었던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민하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입니다. 잘 모르겠어서 일단 외웠던 공식의 심오함을 나중에 깨닫게 되라는 법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무턱대고 외우기부터 하는 것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저희 아이처럼 이제 학교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선행학습이라고 구구단을 빠르게 먼저 외워 버린 다던가 하는 것은 독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구단을 모른채 덧셈으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편이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구구단을 외워버리면 수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봉인해버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어제 밤에 자기 전 아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오분은 몇초야?”
무심결에 300초라고 대답하려던 입을 멈추고 되묻습니다.
“6을 다섯번 더하면 몇이지?”
구구단을 모르는 아이가 30을 한번에 말할 리 없습니다.
난이도를 낮춥니다.
“6을 두 번 더하면 몇 인지는 알겠니?”
그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아이가 12를 대답합니다.
“그러면 6을 세번 더하면?”
이번에는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허공에 6을 세줄로 나란히 늘어 놓고 손으로 세고 있는 것 같은 동작을 취하더니 어렵게 18을 대답합니다.
“그러면 6을 네번 더하면?”
아이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옵니다.
“그건 12 더하기 12 인데”
두 자리 덧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조금 시간이 걸려 어렵게 24를 대답합니다.
그나저나 육을 네번 더한 것이 육을 두번 더한 것을 서로 다시 더한 것이라는 사고 전환을 즉각적으로 해낸 것에 내심 놀랐습니다. 원래 육을 다섯번 더하는 걸 물어보려다 아이가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전략을 바꿉니다.
“그러면 6을 다섯번 더한 것은 6을 세번 더한 것에 6을 두번 더한 것과 같겠네 6을 세번 더한 게 몇이라 했지?”
“18”
“6을 두번 더한 것은?”
“12”
“12와 18을 더하면?”
다시 막힙니다. 두 자리 수 더하기는 아이에게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다시 우회하는 길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10하고 18을 더하면 뭔지는 알겠니?”
아이가 아빠의 의도를 파악하고 28을 대답하는대신 정답을 외침니다.
“아, 30이구나”
“6이 다섯 개면 30이네, 그러면 60이 다섯 개면 몇 일까?”
“30백?”
“30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거지”
“300!”
“응 그래서 5분은 300초 야”
여기까지가 어제 저희 아이와 나눈 잠자리 대화였습니다. 아이가 6*5=30을 알고 있었다면 3초만에 끝날 대화였습니다만, 아이가 구구단을 모르는 덕에 여러가지 덧셈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암기를 해야 할 때 암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속도와 효율 또한 아이가 체득해야할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는 법이므로, 속도와 효율을 얻기 전에 경험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수와 셈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잠자리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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