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최근까지 영상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었다가 안되겠다 싶어 아이의 영상 시청을 통제했습니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점점길어지고 그만보라는 부모의 통제에 저항하는 강도가 세어졌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없이 자극만 강한 컨텐츠를 점점더 보게 되는 것 또한 감지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영상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영상은 아이에게 간접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저희 아이는 자라면서 영상을 통해 식충식물과 곤충에 대해 배우고, 호기심을 키워왔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영상 자체라기보다 아이가 자라나는 환경이 영상을 중심으로 아이에게 몹시 해로운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영상을 너무 손쉽게,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나, 누구와 있든 볼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할 때든, 누구와 있든 영상을 보고 싶어하도록 키워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이것은 아이에게 지루함을 앗아갑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나 쪽집게 선생의 엄청난 과외가 아니라 단연 ‘지루함’ 이라는 생각입니다. 지루함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이 길러집니다. 지루해야 블록놀이도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일주일동안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한 후 돌아오는 토요일에 아이와 함께 극장에 갔습니다. 아이와 팝콘을 먹으며 신비아파트 극장판을 함께 관람하였습니다. 앞으로 주중에는 영상 금지, 주말에 정해진 시간에 90분짜리 영화를 함께보는 것으로 규칙을 정해주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해결해주면서 90분 정도 호흡의 컨텐츠를 감상하는 것은 아이에게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빠인 저 역시 아이와 극장이나 OTT컨텐츠를 함께 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주중에는 그냥 방치합니다. 방치하면 큰일 날 것 같지만, 큰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앵겨붙고 해서 학원 수업 자료 준비에 지장을 받기도 했지만, 몇번 일하는 중임을 상기시키니 혼자 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배우고 있는 태권도 품새를 연습하는가 하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정할거 없으면 풀어보라고 출력해 놓은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그냥 심심하게 나두면 아이는 심심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노력 중에 무엇하나 아이에게 이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심심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운 이유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른도 같이 이 심심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아이에게 영상을 보지 말라해놓고 아비가 유튜브를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른들도 같이 영상에 의지하지 않고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힘을 기르셔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아이에게 권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